깨끗이 빨았는데, 수건 냄새는 왜 돌아올까?
세탁기에서 막 꺼낸 수건에서는 좋은 세제 향이 났는데, 샤워 후 얼굴을 닦는 순간 이상하게 쉰내가 다시 올라온 적 있으신가요?
분명 깨끗하게 빨았는데 냄새가 다시 난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제를 너무 적게 넣었나?”
하지만 수건 냄새는 단순히 세제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수건에 남아 있는 미생물과 피지·땀 같은 오염물, 그리고 수건이 오랫동안 젖어 있는 환경이 함께 작용하면서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Moraxella osloensis)**입니다.
세탁했는데도 냄새가 나는 이유, 모락셀라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수건 냄새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가정에서 사용하던 수건과 의류를 조사한 결과, 특유의 눅눅하고 걸레 같은 냄새와 관련된 주요 미생물로 Moraxella osloensis가 확인됐습니다.
이 균은 4M3H라고 부르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물질이 빨래에서 느껴지는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PubMed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연구 대상이었던 이미 세탁하고 건조한 수건에서도 모락셀라균이 발견됐다는 점입니다.
26개 가정에서 수집한 세탁물 59개를 조사했는데, 수건 21개 가운데 약 86%에서 M. osloensis가 검출됐습니다. PubMed Central (PMC)
물론 이것만 보고 “수건 냄새는 모두 모락셀라균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탁물 냄새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과 곰팡이, 세탁기 내부 오염, 세제 잔여물, 건조 시간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세탁 위생 연구에서도 의류 냄새는 다양한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설명합니다. ASM Journals
하지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분명 빨았는데 젖으면 다시 살아나는 수건 쉰내”를 이해하는 데 모락셀라균은 꽤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런데 왜 세탁해도 균이 남을까요?
세탁했다고 해서 수건이 완전히 무균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일반 가정에서는 높은 온도로 장시간 살균 세탁하기보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세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락셀라균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 균이 건조와 자외선에 비교적 잘 견디는 특성을 보였고, 연구진은 이런 특성이 세탁과 건조 이후에도 빨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SM Journals
그래서 냄새가 안 난다고 해서 반드시 원인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건이 말라 있을 때는 괜찮다가 다시 젖었을 때 냄새가 올라오는 것도 이런 현상을 이해하면 조금 납득이 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새 수건’에서는 냄새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연구진이 모락셀라균을 새 수건과 이미 사용하던 수건에 각각 적용했는데, 냄새 성분인 4M3H는 사용했던 수건에서 만들어졌고 새 수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수건에 남은 피지, 땀, 때와 같은 오염물질이 모락셀라균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 냄새 생성에 중요한 조건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PubMed Central (PMC)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수건에 균이 있어서 냄새가 난다”가 아니라,
균 + 남은 오염물 + 습기
이 세 가지가 함께 만나면서 냄새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건 냄새를 줄이려면 단순히 향이 강한 세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 세 가지 조건을 하나씩 줄여주는 편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바꿔야 할 것은 ‘세탁 전’입니다
샤워를 하고 난 수건은 상당한 양의 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수건을 바로 빨지 않을 때입니다.
젖은 수건을 접어서 빨래바구니에 넣거나 다른 빨래 밑에 뭉쳐놓으면 수건 속까지 오랫동안 습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세탁물의 미생물은 천천히 마르는 환경에서 증가할 수 있으며, 세탁 후 건조 과정 역시 냄새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ASM Journals
따라서 오늘 바로 세탁할 것이 아니라면 사용한 수건을 빨래통에 곧바로 던져 넣기보다 먼저 펼쳐서 말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세제를 사지 않아도 바로 바꿀 수 있는 방법입니다.
냄새가 난다고 세제를 더 넣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수건에서 냄새가 나면 세제를 조금 더 많이 넣으면 깨끗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세제가 많다고 무조건 세척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 이상의 세제가 수건에서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하면 섬유 사이에 잔여물이 남을 수 있고, 이런 잔여물은 오히려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건에서 세제 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거나, 세탁 후에도 묘하게 미끈한 느낌이 남는다면 세제를 더 넣기보다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세제 양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기에 빨래까지 세탁조 안에 가득 채우면 헹굼과 세탁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건처럼 부피가 큰 세탁물은 적당한 공간을 남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섬유유연제도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부드럽고 좋은 향이 나는 수건을 좋아해서 섬유유연제를 매번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수건은 물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한 제품입니다.
일부 섬유유연제 성분은 섬유 표면에 남아 수건의 흡수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건에서 냄새가 반복되면서 동시에 예전보다 물을 잘 흡수하지 않는 느낌까지 든다면 섬유유연제 사용량을 한번 줄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향으로 냄새를 덮는 것과 냄새의 원인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의외로 가장 중요한 건 세탁이 끝난 다음입니다
세탁기가 끝났는데 TV를 보거나 외출했다가 몇 시간 뒤 빨래를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건 냄새가 반복된다면 이런 습관부터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탁 직후의 드럼 안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젖은 빨래가 있고,
내부에는 습기가 차 있고,
문은 닫혀 있습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꽤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세탁이 끝난 뒤 빨래를 바로 꺼내 건조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세탁이 끝난 세탁기는 문과 세제 투입구를 어느 정도 열어두어 내부가 마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제대로 빨았는데 계속 냄새가 난다면 ‘건조 속도’를 보세요
수건 냄새를 이야기할 때 세탁 방법만큼 중요한 것이 건조입니다.
수건을 여러 겹으로 접어 건조대에 걸어놓으면 표면은 말라도 안쪽에는 수분이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마철이나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건조대에 널 때는 가능한 한 수건을 넓게 펼치고, 수건끼리 너무 붙지 않게 간격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건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수건이 완전히 마른 뒤 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건을 접으려고 만졌는데 두꺼운 부분이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든다면 조금 더 말려주세요.
빨리 마를수록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수건 문제가 아니라 세탁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간단한 확인 방법이 있습니다.
수건뿐만 아니라 티셔츠나 속옷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면 세탁기 자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탁기 안에서는 다양한 세균과 곰팡이가 발견되며, 세탁기 내부의 바이오필름이 빨래 냄새와 미생물 이동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ASM Journals
특히 드럼세탁기라면 문 주변 고무 패킹, 세제 투입구, 배수필터 등을 살펴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제 찌꺼기와 물기가 반복적으로 남는 장소입니다.
세탁기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느껴진다면 수건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냄새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에 **‘세탁기는 왜 청소해도 냄새가 날까?’**라는 별도 글로 연결하기도 아주 좋아.
이미 냄새가 밴 수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수건에 붙어 있는 세탁 표시부터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수건 소재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절한 온도로 다시 세탁하고, 세제를 필요 이상으로 넣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헹군 뒤 빠르게 건조해보세요.
냄새가 심한 경우에는 수건의 색상과 소재가 허용한다면 제품 사용법에 따라 산소계 표백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강한 세정제를 여러 개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은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염소계 표백제와 식초나 구연산처럼 산성을 띠는 제품을 함께 섞어서는 안 됩니다.
냄새를 없애겠다고 이것저것 한꺼번에 넣기보다는 세탁량, 세제량, 건조 방식처럼 원인이 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바꿔보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균을 없애는 것’만 생각하면 답을 놓칠 수 있습니다
모락셀라균 이야기를 들으면 강력하게 살균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수건을 관리하는 목적은 모든 미생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더 현실적인 방법은 냄새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한 수건을 젖은 채 뭉쳐놓지 않고,
세제를 과하게 쓰지 않고,
세탁한 수건을 바로 꺼내고,
가능한 빨리 완전히 말리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세탁기 내부도 관리하는 것입니다.
모락셀라균 연구에서도 냄새 생성에는 단순히 균의 존재뿐 아니라 사용하면서 남은 피지나 땀 등의 오염물질이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PubMed Central (PMC)
그래서 수건 냄새가 반복된다면 세제를 바꾸기 전에 먼저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이 수건은 하루 동안 얼마나 오래 젖어 있었을까?”
의외로 답은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